뵤도인 사원: 하와이에서 만나는 일본 사찰과 평화의 종 타종
하와이 뵤도인 사원, 계곡에 울려 퍼지는 평화의 종소리와 일본 불교 건축의 미학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장엄한 코올라우 산맥의 깊은 계곡 속에 자리한 밸리 오브 더 템플스 메모리얼 파크(Valley of the Temples Memorial Park)는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이곳의 심장부에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일본 헤이안 시대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뵤도인 사원(Byodo-In Temple)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뵤도인 사원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들의 역사를 기리고, 종교와 인종을 초월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숭고한 상징물입니다. 일본 우지에 위치한 동명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실물 크기로 정교하게 재현한 이 사원은,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건축 기법으로 지어진 봉황당(Hō-ō-dō)의 우아한 자태와 연못에 비친 그림 같은 풍경으로 방문객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특히 사원의 입구에 자리한 거대한 ‘평화의 종(Bon-shō)’을 직접 타종하는 경험은 뵤도인 방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육중한 나무 망치로 종을 치면, 그 깊고 장엄한 울림이 계곡 전체로 퍼져나가며 마음속 번뇌를 씻어내고 평온을 가져다준다고 전해집니다. 본 글은 하와이 뵤도인 사원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건축학적 가치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평화의 종 타종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깊은 영적 성찰의 경험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자 합니다.
이국의 땅에 재현된 천년의 고찰, 그 역사와 의미
태평양의 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는 눈부신 해변과 활기찬 휴양지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문화가 만나 융합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온 깊은 서사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적 용광로의 성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오아후섬 동쪽, 바람이 머무는 카네오헤 지역의 밸리 오브 더 템플스에 위치한 뵤도인 사원이다. 열대 우림의 짙은 녹음과 병풍처럼 둘러싼 코올라우 산맥의 수직 절벽 아래, 붉은빛의 일본 고대 사찰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방문객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강렬한 미학적 충격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의 복제품을 넘어, 격동의 시대를 건너온 한 이민자 공동체의 정체성과 염원을 담아낸 살아있는 기념물이다. 뵤도인 사원은 1968년, 하와이로 첫 일본인 이민자가 도착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이는 고된 노동과 차별 속에서도 하와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그들의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일본계 이민자들의 헌신과 노력을 기리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원본이 되는 일본 교토부 우지의 뵤도인은 11세기에 건립된 일본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헤이안 시대 귀족 문화와 정토종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하와이의 뵤도인은 이 역사적 건축물을 콘크리트로 정교하게 재현하였으나, 그 정신과 미학적 가치는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특정 종파에 소속되지 않은 비종파 사찰로서, 종교나 신념에 관계없이 모든 방문객에게 열린 평화와 성찰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의를 지닌다. 본고에서는 하와이의 자연과 일본의 건축이 빚어낸 독특한 조화 속에서 뵤도인 사원이 지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어떤 영적 경험과 평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봉황이 깃든 전당과 마음을 울리는 평화의 종
뵤도인 사원의 건축학적 중심은 단연 봉황당(Phoenix Hall)이다. 연못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듯한 이 건축물은 마치 날개를 펼친 봉황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이는 극락정토의 모습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했던 헤이안 시대의 이상을 반영한다. 건축 과정에서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나무 부재들을 정교하게 끼워 맞추는 일본 전통 결구 방식을 재현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함께 유려한 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달성하였다. 봉황당 지붕의 양 끝에는 한 쌍의 금빛 봉황상이 자리하여 사원의 신성함과 위엄을 더한다. 당 내부에는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아미타불 좌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금박으로 덮인 불상은 고요하고 자비로운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내면의 평화를 이끌어낸다. 봉황당을 둘러싼 연못은 단순한 조경 요소를 넘어선다. 맑은 날, 잔잔한 수면 위로 봉황당의 모습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며 비치는 풍경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허물며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계산된 건축과 자연의 조화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세속의 번잡함을 잊고 깊은 명상에 잠기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한편, 뵤도인 사원 방문 경험의 정점은 입구 근처에 위치한 거대한 ‘본쇼(Bon-shō)’, 즉 평화의 종을 직접 타종하는 의식에 있다. 약 3톤에 달하는 이 청동 종은 일본 오사카에서 주조된 것으로, 원본 사원의 종을 충실히 복제한 것이다. 방문객은 ‘슈모쿠(Shumoku)’라 불리는 거대한 나무 망치를 뒤로 당겼다가 놓아 종을 치게 된다. 순간, ‘웅-’ 하는 깊고 장엄한 소리가 발생하여 계곡 전체로 메아리치며 퍼져나간다. 이 타종 행위는 단순한 오락적 체험이 아니다. 불교 전통에서 종소리는 부처의 가르침을 상징하며, 그 울림은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탐욕, 분노, 어리석음과 같은 번뇌를 씻어내고 정화하는 힘을 지닌다고 믿어진다. 따라서 방문객이 평화의 종을 치는 것은 개인의 내적 평온과 행복을 기원하는 동시에, 그 울림이 세상 멀리 퍼져나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를 염원하는 상징적인 행위가 된다. 육중한 종이 만들어내는 깊고 낮은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순간, 방문객은 자신과 주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신비로운 일체감을 경험하게 된다.
문화적 융합의 상징, 평온을 선사하는 성찰의 공간
하와이 뵤도인 사원은 단순히 일본의 유명 사찰을 이국의 땅에 옮겨놓은 복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하와이라는 다문화 사회의 토양 위에서 일본의 전통과 정신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이다. 장엄한 코올라우 산맥의 품에 안겨 일본 헤이안 시대의 건축 양식이 열대 식물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문화적 융합이 빚어내는 최상의 미학을 제시한다. 이곳은 고향을 떠나온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이자, 동시에 모든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린 보편적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성소(聖所)로서 기능한다. 뵤도인에서의 경험은 시각적 감상을 넘어 온몸의 감각을 통해 완성된다. 봉황당의 건축미와 연못에 비친 반영을 눈에 담고, 연못의 잉어와 흑조, 자유롭게 거니는 공작새와 교감하며, 고요한 경내에서 명상에 잠기는 과정은 복잡한 현대인의 마음에 깊은 위안과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평화의 종을 타종하는 행위는 이 모든 경험을 집약하는 상징적인 의식이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장엄한 종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들으며, 방문객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개인의 평화가 곧 공동체의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종교적 신념을 떠나 모든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숭고한 경험이다. 결론적으로, 하와이 뵤도인 사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만나는 깊이 있는 성찰의 공간이다. 하와이를 방문하는 이가 있다면, 잠시 번화한 해변을 벗어나 이 고요한 계곡 속 사원을 찾아,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건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스스로 평화의 종을 울려보기를 권한다. 그 깊은 울림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정화하고,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